저는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입니다. 제가 아는 내용이라 자신 있게 대답을 하려고 합니다. 약국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질문입니다. "이 약은 어떻게 먹어요?"라는 질문이지요. 밥 먹고 복용하는지 아닌지를 묻는 거지요. 또 어떤 분은 밥 먹고 몇 분 있다가 약을 먹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밥을 먹지 않았으면 약도 복용하지 못하는 걸로 잘못 알고 있다는 점이지요. 살기 위해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약을 복용하기 위해 식사를 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약의 설명서를 봐도 대부분의 내복약(먹는 약)의 용법이 식후 30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간혹 식전 30분이나 식간으로 되어 있는 약도 있지만, 90% 이상의 내복약의 복용법은 식후 30분입니다. 배고플 때 밥을 먹고 목 마를 때 물 마시는 것처럼 몸이 아프거나 불편할 때 약이 필요한 것입니다. 즉 약이란 몸이 아프거나 불편해서 몸에서 약이 필요할 때 복용하는 것입니다. 꼭 식사와 연관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을 7시에 먹고 지금 10시인데 지금 갑자기 머리가 아파 약을 복용하려는데 점심을 먹을 때까지 아픈 것을 참고 기다려야 하나? 아닙니다. 지금 몸이 약을 필요로 하니까 지금 복용하면 됩니다. 위장장해를 염려하신다면 약을 복용할 때 물을 많이 드십시오.
1) 식후 30분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요즘은 식사를 거르는 사람도 많고 일부러 굶는 사람도 많지만, 정상 식사는 하루 3번 약 6시간 간격입니다. 그렇지요? 즉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약을 복용하라는 뜻으로 식후 30분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정한 시간 간격이란 어느 정도의 시간 간격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 사람들의 정상 식사는 대개 약 6시간 간격이 됩니다. 즉 대부분의 약(하루 3번이나 4번 복용하는)도 6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면 됩니다. 간혹 어떤 분은 6시간마다 약을 복용하시라고 하면 "하루가 24시간인데 6시간마다 약을 복용하면 약을 하루 4번 복용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니까 깨어 있는 동안의 6시간 간격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4번 복용하도록 처방되는 약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약은 자기 전에 한 번 더 복용하면 됩니다. 또는 아기들에게 하루 4번 복용시키도록 처방된 약은 아기가 자다가 아파서 깨면 그때 복용시키면 됩니다. 잘 자는 걸 일부러 깨울 필요는 없고요, 아기가 깼을 때 복용시키시면 됩니다.
2) 식후 30분이라면 식사를 거르는 사람은 그때에는 약을 복용하지 않아야 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식사는 하지 않았어도 약은 복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약효가 최대로 나타납니다. 대부분의 약은 공복에 복용해야 약 성분의 흡수가 빨라 약효도 빠르게 나타납니다. 다만 약효가 강하게 나타나는 만큼 부작용도 강하게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인 위장장해는 약을 복용할 때 물을 많이 마시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3) 그런데 왜 식후 30분이라고 했는가? 가장 큰 이유는 식사와 관련을 지음으로써 약 복용하는 것을 잊지 않게 하여 약효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이며 두 번째는 혹시 위장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있을까봐 그런 것입니다. 식사와 관련을 짓도록 하는 이유는 우리 몸에 들어간 음식물은 소화기관에서 소화되어 영양성분들이 몸에 흡수되어 대사과정을 거치는데, 대개 6시간이면 그 과정이 끝납니다. 즉 그래서 대개 6시간 정도 지나면 배도 고프고 그래서 또 식사를 하게 되는 겁니다. 약도 음식물과 같은 과정을 밟게 됩니다. 약도 몸에 들어가면 소화가 되어 그 약 성분들이 몸의 여러 조직으로 퍼져 약효를 발휘하는데, 대개 6시간이 지나면 약효는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감기약을 복용하신 분들은 경험하셨을 겁니다. 여섯 시간 정도 지나면 다시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서 다시 다음 번의 약을 이어서 복용하는 거지요. 약효가 계속 이어지게 하려면 약효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다음 약을 복용해야 약효가 제대로 이어지는 겁니다. 권투할 때에도 보면 연타를 상대방에게 날려야 상대가 쓰러지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10분에 한 번씩 스트레이트를 상대에게 먹여봐야 그 상대방이 쓰러지겠습니까? 상대방에게 펀치의 충격을 계속 이어지게 하려면 연타가 제일이지요. 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약효가 지속되게 하려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약을 복용해야 약효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4) 꼭 밥이라야 하는가? 제가 이렇게 말을 했어도 "아냐, 난 꼭 밥을 먹고서야 약을 먹을 거야." 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분들도 또 이런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꼭 밥이라야 되나? 라면이나 빵, 햄버거 치킨 같은 것은 안되나? 왜 안되겠습니까? 당연히 되지요.
5) 식전 식후를 가려 복용해야 좋을 약 물론 약 중엔 식후나 식전을 가려 복용해야 더 좋은 약이 있습니다. 당뇨병이 있는 분들이 복용하는 당뇨약(혈당강하제)은 원칙은 식전에 복용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식후에 혈당이 갑자기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위장관의 기능을 조절하는 약(위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처방되는 약)도 식전에 복용하여 위장관의 운동성을 미리 좀 높여준 뒤에 식사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런 약들이 지금은 대개 전문약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서만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복용하는 무좀약(발톱이나 손톱에 무좀이 생긴 경우의 치료제)중의 어느 것은 식사 도중에 즉, 밥을 반쯤 먹고서 약을 복용한 뒤 다시 밥을 먹도록 되어 있습니다. 위장에 무리가 가서 이렇게 복용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복용해야 약효가 더 확실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복용하는 것이 까다롭다면 식사를 마친 뒤에 마시는 물로 약을 복용하셔도 됩니다. 혹시 이런 약을 복용하시는 분은 약사 선생님과 잘 상의하십시오. 그 외에 식후에 복용해야 좋은 약들도 더 있으니 의사, 약사 선생님과 상의하십시오.
6)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 복용하는 약들은 어떻게 복용하는가? 대부분의 약이 하루 세 번 복용하도록 되어있는데, 하루에 두 번이나 세 번 복용하도록 만들어지는 약도 있습니다. 어떤 약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복용하는 약도 있지요. 하루에 두 번 복용하는 약은 12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한 번 복용하는 약은 24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이나 한 번 복용하는 약들은 대개 특수한 처리를 합니다. 따라서 이런 약들을 복용할 때에는 약을 그냥 삼켜야지, 씹어서 복용하면 안됩니다. 가장 흔하게 알려진 약 중 하나인 ★★600이란 약이 그 대표약입니다. 또 대부분의 소화제도 씹어서 복용하면 약효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씹어서 복용하지 말란 의미는 잘라서 복용해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7) 약 복용하는 것을 깜빡 잊고 빼먹었다면? 약 복용 시간 간격을 지키다가 깜빡 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그것이 생각났을 때 바로 약을 복용합니다. 다만 다음 번 약을 복용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 약은 복용하지 말고 그냥 두십시오. 약을 한 번 복용하지 않았다고 다음에 두 번에 복용할 양을 한꺼번에 복용하면 안됩니다.
질문 내용과는 상관이 없지만 제가 한 마디 더 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난 물 없어도 약을 먹을 수 있어." 라면서 자랑하듯이 약을 그냥 꿀꺽 삼키는 사람이 있습니다. 약은 목구멍으로 삼키기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약이 몸에 들어가, 그 약 성분이 몸에 고루 퍼져야 약효가 나타납니다. 약 성분이 몸에 고루 퍼지려면 그 약 성분이 약 성분이 혈관 안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그러려면 약 성분이 되도록 잘게 나뉘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물입니다. 이때 물이 많을수록 약 성분은 더 잘게 나뉠 것입니다. 물은 약을 삼킬 때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약이 약효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입니다. 약을 복용할 때에는 되도록 물을 많이 드십시오. 헬리코박터 균에 의한 위장병에 쓰는 약은 예외이지만, 대부분의 약은 복용할 때 물을 많이 마셔야 약이 목에 걸려 고생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고, 약효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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